왜 산업혁명은 유럽에서 일어났는가

* 이 글은 SF & 판타지 커뮤니티 Joy SF에 11월 27일에 쓴 글을 블로그에 재탕하는 것임.


아래 이와 같은 글이 있던데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직 그 정답은 아무도 모르며, 답을 아는 사람이 있다면 노벨상 2개는 따라올겁니다. 우선 중요한 문제는 최근 학계에서 논의의 촛점은 '왜 아시아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지 않았는가'보다는 '왜 서유럽에서, 특히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났는가.'로 바뀌어가는 추세입니다.

사실 산업혁명은 자본주의와 함께 일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상업력에 의해 이루어진 '상업 자본주의'는 중국이나, 심지어 조선후기에도 희미한 흔적을 보이지만(하지만 자본주의 맹아론은 경제사학계에서는 거진 근거가 없는 것으로 취급되는 추세) 이것이 본격적인 '산업 자본주의'로 발전하는건 영국이 유일하거든요.

산업혁명이 자본주의와 함께 이야기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산업혁명이 기계제와 임노동제의 도입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자본가 계급이 등장해야지만 이러한 생산양식과 기계의 도입 필요성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막스 베버(Max Weber)적 견해

막스 베버는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에서 산업혁명의 원천은 서구의 기독교라는 종교 덕분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인도, 중국과 서유럽을 비교합니다.
인도의 불교나 힌두교는 무소유와 윤회를 핵심 이론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윤회 개념은 생산양식 결정에 있어 매우 중요한데, 왜냐하면 이러한 윤회 개념은 현세에서 자본 축적의 유인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전근대 사회라면 대부분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수단으로 '부는 죄악이다.'는 이데올로기를 취하기 마련인데, 윤회 사상이 사회 전반적으로 통용된다면 내세의 편안함을 위해 현세의 자본 축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한편 동아시아(=중국)의 경우, 서유럽에 비해 대규모 치수 공사가 필요했습니다. 이러한 치수공사는 역사 초기부터 관료제와 계급사회, 법률, 정치체제를 낳았고, 결과적으로 사회의 잉여는 체제의 상층부에 집중되게 되거든요. 그리고 유교와 같은 이데올로기 또한 이러한 상층부의 부의 축적을 집중시키는데 일조를 했구요. 그로 인해 자본가와 노동자 분화가 불가능했고, 결과적으로 산업혁명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서유럽, 특히 종교혁명 이후에 등장한 프로테스탄티즘은 부의 축적을 사회적으로 용인합니다. 다시 말해 부를 축적하는 것은 하느님에게 축복받은 증거라는 이데올로기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부의 축적에 관대해지게 되기 때문이지요. 이는 나아가 임노동자, 즉 농업에 기반한 생산자가 아닌, 도시에서 돈을 받고 일하는 생산활동에 정당화가 부여되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성립하고,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노동비용을 낮추기 위해 기계제를 도입하면서 산업혁명이 발생했다는 이론입니다.
특히 영국의 경우에는 백년 전쟁의 피해가 (프랑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고 섬나라여서 봉건제가 오래 유지되었으며, (독일해 비해) 종교전쟁의 피해도 적었다는 점, 헨리8세 이후 비교적 빨리 카돌릭과 결별한 것이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에 비해)프로테스탄티즘 유입에 우호적으로 작용한 점 등으로 인해 산업혁명을 가장 먼저 발생시키게 됩니다.



마르크스(Karl Marx)적 견해

마르크스는 서유럽의 봉건제가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의 동력이라고 봅니다. 잘 알려진 마르크스의 역사 5단계, 즉 원시공산사회-노예제-봉건제-산업사회-공산사회 의 테크트리를 서유럽이 착실히 밟았다는 주장이지요. 원시공산사회가 생산력을 발전시키면서 차츰 계급이 분화가 되는데, 노예제 사회에서 있던 노예-시민의 2층적 사회구조는 봉건제에서 농노-귀족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하지만 역사의 발전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생산력이 발전하므로, 농노와 귀족의 중간 계층, 즉 부르조아지가 성장하게 됩니다. 이들은 시민혁명을 통해 귀족을 타도하면서 생산력을 차지하는 계급으로 올라서게 됩니다.
마르크스의 견해에 따르면 산업혁명의 동인은 봉건제에서 산업사회로 이어지는 생산력의 발전(이것은 마르크스 세계관에서는 결정론적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잉여 착취를 차지하는 부르조아지 계층의 성장입니다. 서유럽에서는 부르조아지 계층이 용케(이는 어느정도 역사적 우연이 작용합니다.) 귀족을 타도했지만 동양에서는 부르조아지 계층이 귀족세력에게 승리를 거두지 못했거나, 혹은 아시아의 미개성 때문에 봉건제로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산업사회로 진입하지 못했다고 봅니다.



좀바르트(Berner Sombart)의 견해

역사상 자본주의(Kapitalismus)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베르너 좀바르트는, 산업사회가 발생한 원인을 여성(과 귀족. 하지만 대체로 귀족 여인)의 사치에서 찾고 있습니다.
좀바르트의 견해는 마르크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산업사회의 원인이 봉건제에서 출발한다는 것은 똑같습니다. (즉 동양에서 산업사회가 발생하지 않은건 봉건 사회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좀바르트의 견해에 따르면 봉건제에서 영주 계층은 토지의 잉여생산물을 독차지하면서 이를 생산적으로 재투자하지 못하고 낭비하는데 소모하게 됩니다. 이러한 사치품은 농촌에서는 만들어질 수 없었으므로 결국 도시와 길드를 만들게 되고, 도시와 길드에서 귀족들의 잉여를 흡수한 사람들이 부르조아로 성장하여 산업사회를 만들어간다는 주장입니다.
왜 당시 귀족들의 잉여가 생산적으로 재투자되지 않고 사치로 귀결되었느냐는 의문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대답이 있습니다.
첫째. 여성은 원래 사치하는 종족이므로.(가장 큰 이유)
둘째. 당시 기술력의 한계(추가적으로 확보 가능한 토지가 제한됨, 즉 생산적인 재투자의 한계)



피에르 빌라르(Pierre Vilar)의 견해

'금과 화폐의 역사'라는 저서로 유명한 피에르 빌라르는 산업혁명의 원인으로 유럽의 귀금속, 특히 금 부족에 원인을 찾습니다. 유럽은 중동이나 아시아, 아메리카에 비해 금 부존이 부족한 대륙이었습니다. 따라서 로마제국 멸망 이후 유럽이 쪼그라들게 되자 기축통화로 사용할 수 있는 금의 양이 제한되게 됩니다. 물론 유럽 전역에서 금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 이어지지만 여전히 불가능했고, 중동 및 아시아에서 금을 서유럽으로 가져오는 핵심 창구였던 비잔티움제국마저 멸망하자 결국 서쪽에서 금을 찾기 위해 유럽은 확장을 추구합니다.
신대륙을 발견하고 금을 유럽으로 가져온 국가는 스페인이었지만, 스페인은 이 금을 유럽 대륙의 사치재를 구입하는데 탕진해버립니다. 결국 스페인의 금은 플랑드르와 네덜란드로 축적되었으나 17세기 이후 영국이 해군력을 증강시키며 이를 영국의 것으로 만들게 됩니다.(그리고 영국은 이 힘을 바탕으로 자본주의와 산업사회를 이룩합니다.) 영국이 궁극적으로 패권을 차지할 수 있던 근본적인 이유는 섬나라라는 특성상 해군력에 군사력을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영국의 지정학적 특성과 유럽의 금 부족이라는 특성이 영국 및 서유럽에서 산업혁명을 가져오는 근간이 됩니다.




조르쥬 바타이유(George Battille)의 견해

조르쥬 바타이유는 특이하게도 산업혁명의 원인은 '낭비'에서 시작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좀바르트의 견해와 유사합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태양에너지가 지구에서 필요로 하는 것 보다 많았고, 여기에 인간의 능력이 평균적인 지구 생물체보다 많았다는 두 가지 낭비에서 시작합니다. 이것이 인류에게 잉여생산물을 주었고, 잉여생산물을 주체하지 못한 인류는 사치의 형태로 '낭비'하거나 '전쟁'을 통해 잉여생산물을 소모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여기에서도 프로테스탄티즘 윤리가 중요하게 작용하는데요, 프로테스탄티즘 윤리는 대부분의 사회에서 잉여를 소모하는 일반적인 방법(사치와 전쟁)의 메커니즘을 정지시키고 역전시킵니다. 즉, (막스 베버의 견해와 마찬가지로)  자본 축적이 정당화되는 사회에서는 잉여를 소모하는 또 다른 방법이 나타나게 되고, 이것이 베베의 주장과 같은 경로를 따라가며 산업혁명을 서유럽에서 발생시킵니다.




이외에도 수많은 견해와 학설이 있지만 일단 경제학계에서 거장으로 불리는 사람들의 학설은 이정도입니다. 대부분 초기 경제학의 기초를 닦은 사람들이므로 오늘날 수많은 이론들도 뿌리는 대부분 이 사람들의 이론에서 갈라졌다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간단하게 요약했는데, 사실 깊게 들어가면 저도 잘 모를 정도로 이 사람들 이론이 난해합니다.(마르크스 한사람만 가지고도 100년 넘게 논란이 지속되니까요.)

클럽 여러분들은 어떤게 제일 타당성 있어 보이시나요??




by 커피프린스 | 2008/12/01 13:34 | 정치, 사회, 문화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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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愚公 at 2008/12/01 15:37
우선 산업혁명과 자본주의, 산업 자본주의는 개념상 구별해야 한다고 봅니다.
Commented by 아문 at 2008/12/01 17:24
우공님의 말씀에 동의하는 것이 산업혁명과 자본주의는 같지 않습니다.
상업 자본주의는 이뤘지만 산업혁명은 발생하지 않은 북부 이탈리아가 그 예가 되겠죠

산업혁명 역시 영국식 산업혁명과 대륙식 산업혁명은 다르죠.

뭐 이렇게 이러쿵 저러쿵 태클건다면 안걸리는게 뭐가 있겠냐만은.. 그러니까 커피프린스님이 말씀하셨듯이 이 문제는 노벨상급 문제니까요 ㅎㅎ
Commented by 도라지 at 2008/12/01 18:14
좀바르트님의 의견이 본좌네요. 여성은 원래 사치하는 동물....거기서 급기야 산업 혁명까지....
Commented by 하이버니안 at 2008/12/01 18:43
영국 경험철학의 영향으로 인한 실험과 탐구정신의 발달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서 베이컨 이후 뉴턴이 나오고 뉴코멘 목사는 증기기관을 만들고 와트는 글래스고 대학에서 그걸 개량하고 영국 왕립협회는 물리학과 열역학 이론을 연구하고 어쩌고 저쩌고...)
이런 대답은 경제학자들이 좋아하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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