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역사소설을 쓸 때에 주의할 점들

* 이 글은 SF & 판타지 커뮤니티 Joy SF에 11월 26일 기고한 글을 블로그에 재탕하는 것임.



역사에는 만약(What If)이 없다고는 하지만, 대체역사에 대한 욕구는 참 오랜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왔습니다.
그것은 그만큼 실제 역사가 RPG게임의 분기점과 같은 순간이 많았기 때문이며, 그럼에도 게임과 달리 세이브/로드가 없어 다른 엔딩을 볼 방법이 없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다음의 글은 조지프 나이(Joseph Nye, Jr.)의 'Understanding international conflicts'라는 책의 일부분을 발췌하여 필요한 부분만 옮긴 것입니다. 이 책은 본래 국제정치 이론서이고 책에서 하는 분석 또한 역사적으로 하나의 분기점을 이야기할 뿐이지만, 여기서 분석된 요소들은 대체역사소설을 구상하는 사람들이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가상사실(counterfactuals)이란 간단히 말하자면, 사실과는 다른 조건이나 인과관계의 주장을 판단하기 위한 정신적 실험으로, 역사에는 실험실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모든 것은 불변으로 놓고 한 가지만 변화하는 상황을 가정한 다음, 세상이 어떻게 보일 것인가 하는 상상을 해 보는 방법입니다. 역사가들은 스스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종종 역사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정교한 형태의 가상사실을 이용합니다.
예를 들어 1890년에 카이저가 비스마르크를 해고하지 않았다면 1914년의 1차 세계대전은 발발했을까요? 이 경우는 특정 사실(1차대전)에 특정 인물(카이저와 비스마르크)의 영향력이 얼마나 컷는가를 알아보는 관점입니다. 만약 프란츠 페르디난트의 운전사가 '그 운명의 교차로'에서 우회전하지 않았고, 오스트리아 황태자가 암살당하지 않았다면? 이것은 우연(혹은 운명)이 역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를 알아보는 도구가 됩니다. 암살당하지 않았더라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인가. 혹은 암살사건이 없었어도 1914년의 유럽 세력분포는 전쟁을 필연적으로 가져왔을 것인가.

사실과 반대되는 조건을 설정해봄으로써 특정한 역사의 원인이 중요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조사할 수는 있지만, 그와 같은 조건부 역사 속에는 위험이 숨어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가상사실을 잘못 다루면 가상사실은 오히려 역사의 의미를 파괴하고 잘못된 결론으로 귀착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한번 일어났다는 사실은 사실과 다른 결말을 동등하게 취급할 수 없다는 뜻이 됩니다. 시간은 결정적 차원이고 역사적 사건은 경로종속적이기 때문입니다. 요약하자면 여러 사건들이 한번 어떤 특정한 경로로 시작되면 미래의 모든 가능성들은 결코 동등할 수 없고, 어떤 사건들은 다른 것보다 그 가능성이 '항상(가상사실에도 불구하고) 높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가상사실을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 기준을 준거로 판단하는 것이 유용합니다. -  신빙성, 근접성, 이론 사실.

신빙성 : 유용한 가상사실은 타당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를 공동입주 가능성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이는 여러 개의 조건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을 가정하는 것이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만약 나폴레옹이 스텔스 폭격기 편대를 가지고 있었다면 워털루 전쟁에서 이겼을 것이다.'라는 가상사실을 제시한다면 이는 어떠한 신빙성도 확보할 수 없습니다.

근접성 : 각각의 주요한 사건은 긴 사슬 속에 존재하며, 대부분의 사건은 복합적인 원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정의 시점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갈수록, 우리는 더 많은 다른 원인들을 고정시키고 가정을 행해야 합니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면 안토니우스에게 덜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이고 로마의 역사도 달라졌을 것이라는 파스칼의 유명한 말을 생각해봅시다. 로마의 역사가 달라졌다면 서유럽 역사도 달라졌을 것이고 따라서 클레오파트라의 코는 1차세계대전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그러므로 클레오파트라의 화장을 담당한 하녀는 1차대전의 전범 중의 하나입니다.) 
아주 작은 의미에서는 그런 추론은 사실일지도 모르지만, 1914년 8월의 사건에는 몇천만 가지의 사건과 원인들이 녹아들어 있고,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미친 영향은 매우 작습니다. 시간의 근접성이 중요한 점은, 이로 인해 다른 원인들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론 : 이론에 부합된다는 것이 반드시 기존 이론(역사관이든, 국제정치 이론이든)에 부합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론적 타당성, 다시 말해 논리를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투에서 스텔스 폭격기 편대를 가지고 있었다'는 가정은 '만약 흐루시초프가 쿠바에서 미사일을 철수시키지 않았다면'이라는 가정과 비교하면 어떠한 논리적 배경도 찾을 수 없습니다.
 
사실 : 가정을 통해 일부 사건이 변화되었다면, 나머지 사건들이 최대한 정확하게 반영되어야 합니다. 페르디난트 황태자가 암살당하지 않았더라면 2007년까지 세계대전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라는 가정은 황태자 암살사건 이외의 사실들, 즉 유럽 각국의 세력균형이라는 사실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by 커피프린스 | 2008/12/01 13:31 | 현실, 유희, 전뇌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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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그건 at 2008/12/01 18:17
그냥 우리나라 만세식 자위질이죠^^

대체역사소소설이란 게 결국

다 우리나라 만세 자위질로 귀결되는 것


아직도 눈치 못채셨나요?
Commented by 만세식? at 2009/01/22 00:02
만세식으로 귀결된다니... 심히 유감을 표할순 없군요. 그건 당신이 보신 3류 대체역사소설이구요. 진정한 대체역사는 우리나라만세식이 아닙니다. 판타지 처럼 하나의 가정을 넣는거라구요. 진정한 대체역사를 보고 싶다면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 한번 보시구요. 바람의 화원도 일종의 대체역사입니다. 기존의 역사 대신 다른 역사를 집어넣는 게 대체 역사지. 타임슬립하는건 대체 역사가 아닙니다.
Commented by 장차키 at 2009/03/21 14:58
담아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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